고향인 괴산에 홀로 계신 어머님이 농사를 진다고 하니 나 몰라라 할 수 도 없고, 찾아다니며 참깨, 옥수수, 고구마, 들깨를 심어 놓으면 어머님이 김을 매신다. 거의 주말마다 찾아 다니며 농사 보조를 하고, 청주에 계시는 장모님도 찾아다니니 우리 두 부부만의 시간이 없다. 아직 들깨 수확이 남았지만 그래도 지금이 한가한 시기라 캠핑을 떠나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주말에만 운영되는 손맛 낚시터가 있는 관리형 캠핑장으로 집에서 가깝다는 양평 부림오토캠핑장을 찾았다.
요란한 비가 오락가락하겠다는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오래간만에 예약된 가족 행사라 취소할 수 없어서 용감하게 찾아왔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우산을 쓸만한 정도는 아니어 다행스러웠다. 이곳은 가족형 캠핑장으로 젊은 부부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많이 찾는 곳이라 시끄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너시간이 있어서 밤 11시 되면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숙면을 취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배정 받은 곳이 낯이 익은 것 같아 딸내미에게 물어보니, 작년과 같은 비닐천장이 쳐져있는 B6구역이 남아 있어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잊지도 못할 작년 10월 28일 캠핑 온 꼬맹이들이 각종 핼러윈 복장을 하고 재롱을 보며 이곳에서 마냥 기뻐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아침 동생들의 연락은 충격 자체였었다.
환상의 콤비인 딸내미가 왔으니 손발이 척척 30분 만에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했다. 점심때가 되어 내가 먼저 가족을 위해 요리를 맡았다. 메뉴는 두부야채 볶음이다. 두부를 부숴 볶아준 다음, 각종 야채를 간을 해서 볶아 주다가 볶음 두부를 넣고 참치캔의 국물을 꼭 짜서 함께 볶아주면 완성된다. 밀 또띠아를 데워 볶음 두부를 싸서 먹으며 아내와 딸내미가 맛있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못 미더웠던지 옆에서 별도로 닭 봉을 구워 함께 겹 드렸다.
커피 한잔씩하고 본격적으로 가족대항 붕어 낚시를 하기 위해 낚시터로 이동했다. 낚시터가 녹조로 가들해 붕어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낚싯대를 넣기만 하면 바로 입질이 시작된다.
첫수는 당연히 우리 가족의 낚시 사부인 내가 했고 다음 아내가 했는데 눈먼 붕어가 물었다고 장난쳤는데 이후 몇 번 잡는 것 보니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제 가을이 점점더 깊어져 가는지 기온도 쌀쌀했고, 산 곳곳에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가을의 정취에 빠져 비릿한 물을 바라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사이 해가 넘어가 마감시간인 5시 30분이 되었다.
해가 넘어가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부랴부랴 장작부터 불을 붙이는 사이 아내가 닭갈비 요리를 시작한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불멍의 시간을 갖는 동안,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가져온 고구마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번갈아 가며 구워 주니 생각도 못했는데 딸내미가 칼로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숟가락과 함께 건네어준다. 정말 삼인행이면 필유아사했던가 새로운 방법을 배워 맛있게 먹었다. 밤 10시가 되어 텐트에 들어가 밤새 개울에 물 흐르는 소리가 비 오는 소리인 줄 알면서 잠을 청했다.
이튿날 잠 없는 내가 먼저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면하고 머리를 감는 사이 아내가 깨어 화장실에 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만의 산책 데이트 시간이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먹으며 캠핑장 주변을 샅샅이 돌아다녔다. 물멍, 불멍 하며 아쉬운 1박 2일을 마감하며 집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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