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보낸 지난주 3일간의 황금연휴가 너무 아쉬워 오늘 하루 연차를 내고 이곳 목도 강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주말은 어머님을 찾아뵈어야 하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해서 목도를 선정했네요. 어머님이 계신 사리면 도촌까지는 넉넉잡고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고향이 같은 괴산이지만 목도는 차박지로 유명하다는 소문 듣고 처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종사촌 형님 두 분이 귀향하셔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폭이 넓고 수심도 깊습니다.
캠핑장은 수변 옆으로 상당히 넓게 조성되어 있었는데, 금요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캠핑객들이 몇 팀 안 되어 한가하니 좋습니다. 일단 둘러보며 최상류로 올라갔는데 다슬기 잡으러 오신 몇 분만이 계셨습니다. 여기가 명당자리인 것 같습니다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타프 먼저 설치하는데 바람이 불어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타프대 하나가 설치하다가 부러졌습니다. 바람의 영향을 피하려고 가오리처럼 최대한 땅바닥 낮게 펼쳤습니다. 1박만 하기에 15년 전에 구매했던 타프와 원터치 텐트를 가지고 왔는데 이번만 사용하고 버려야 할 듯합니다.
날씨도 더운데 낡은 텐트를 조심스레 혼자 치다 보니 허기도 지고 갈증도 났는데 아내가 뚝딱 준비한 음식을 먹으니 기운이 나서 이제 모든 사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릿한 강물의 향기와 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푸르른 하늘, 간혹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간단히 점심 요기를 마치고 캠핑장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캠핑장 위로 나무목책이 설치되어 있는데 나무그늘까지 시원하니 명당자리입니다.
비록 푸세식이지만 화장실도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마침 관리하시는 분이 청소를 하고 계시네요.
강수욕장 입구에는 이렇게 수세식 화장실도 있습니다. 이곳 현대식 깨끗한 화장실은 금, 토, 일요일만 개방이 되고 세면대의 물은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캠퍼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이만한 곳을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강을 바라보며 강변 체육공원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뭔 풀이 이렇게 일렬로 잘 자라고 있나 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화되지 않은 핑크뮬리인 것 같습니다. 가을이 되면 이곳이 장관일 것 같네요.
목도시장은 말이 시장이지 괴산 읍내 시장만큼이나 한가한 것 같습니다. 5일장이 서는 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쓸쓸하기 짝이 없네요.
그래도 이곳에 구경거리는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가게마다 한 두 개씩 지어놓은 제비집에 제비들이 부지런히 어린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 농촌에서도 제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 목도시장이 어찌하여 제비들의 천국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전반 적으로 시간이 멈춰있거나 천천히 가는 동네인 것 같아 정감이 가는 곳입니다.
강수욕장 입구에 이렇게 예쁜 포토존도 있어서 한 컷 추억으로 남깁니다.
개수대도 2곳이나 있는데 1곳은 수리 중이라 사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텐트 앞에서 잠시 잡은 다슬기입니다. 수경만 있어서도 많이 잡았을 텐데... 시커먼 게 엄청 큽니다. 물속에서 발을 옮길 적마다 탁한 물이 일어났지만 어슴푸레 손톱만 한 시커먼 것을 잡아 건지면 거의 90%는 다슬기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자 날이 금방 어두워집니다. 체육공원 위 둑길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황화(아메리카) 코스모스가 제철인지 만개하여 반겨 줍니다. 내일 아침에 한번 더 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캠핑하면 장작 펴 놓고 불멍을 해야 제 멋이지요. 우린 준비해 간 솔방울에 불을 지폈는데 화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늦게 온 옆집 부부가 밤새 술과 음악으로 판을 벌이더니만 3시 반이 되어서야 잠잠합니다. 깜빡 잠이 들다가 일어나니 5시 30분입니다. 곤히 잠자는 아내가 깰까 봐 조심히 텐트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물안개가 자욱이 올라와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줍니다.
밤사이 많은 캠퍼들이 들어와 캠핑장을 거의 가득 메웠네요. 캠핑트럭, 트레일러는 물론이고 버스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유형의 캠핑용품이 전부 모였습니다.
어젯밤에 산책했던 산책길을 찾았습니다. 벽화도 예쁘네요.
산책로는 황화코스모스가 산책하는 내내 눈을 호강시켜 줍니다.
체육공원 위 둑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끝머리에 음성천과 목도강이 합류하는 목도의 양수리 할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강풍경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라고 쉼터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이물이 흘러 충주를 거쳐 남한강 물이 되어 서울까지 가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곳이 산책로의 끝자락에 있는 음성천이라는 표지가 붙은 다리인데, 다리가 놓인 지 얼니 안 돼 보입니다. 왕복 1시간 30분이 조금 더 되는 것 같은데, 돌아가니 아내가 일어나 있습니다.
꿈같은 1박을 하고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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