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여의도 윤중로 벚꽃

야수60 2023. 4. 1. 22:42

봄이라고 고향에 오르내리며 농사일 준비한다, 직원 출산 휴가로 대신 무거운 짐을 들었다 놓았다 했더니만 담이 들었는지 이틀 동안 고생하다가 아내가 찜질을 해준 덕분에 몸이 많이 풀렸다. 이런저런 핑계로 한주  집에서 쉬는 주다. 점심을 먹으며 뉴스를 보니 석촌호수며 여의도며 벚꽃이 만개했는지 화면 속 인파가 구름 같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여의도로 벚꽃구경을 하기로 하고 둔촌동에서 여의도까지 지하철을 타고 고고싱.. 여의도야 30여년전 이곳에서 사업한다고 직장생활을 했었으니, 아무리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바뀌었다곤 하더라도 부처님 손바닥일세...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는 내내 TV화면 속처럼 오가는 인파가 말도 못 하게 많다. 이젠 코로나 세상과는 딴 세상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역 주변에는 한여름을 만난것 처럼 많은 상춘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주먹만 한 왕벚꽃이 나무에 매달려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몇 년간 코로나19로 우울하고 답답한 생활을 했었는데 이런 날이 찾아와서 한방에 피로를 날려 버릴 것만 같다.

엄마의 지혜, 내자식은 소중하니까... 손으로 꼬옥 쥔 딸내미 가방에 달린 끈...

하긴 20여년전 이곳 여의도 국제불꽃 축제 때 가족 모두 구경 왔다가 아들을 잃어버릴 뻔했었는데, 이런 기발한 방법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쌍쌍으로 다니는데, 나이먹은 우리가 이렇게 다니면 남들이 불륜이나 자기를 세컨드로 보겠다고 아내가 퉁퉁거린다. 딱 봐도 자기는 젊은데 내가 나이가 든 꼰대 같다는 것이다. 

꼰대면 어떻고 노인네면 어떠냐, 인생 100세 시대에 아직 장년 측에 속하는데. 그리고 이 세상이 네 것 내 것이 어디 딱 금 거저 있더냐... 

따사로운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윤중로를 산책하는 내내 호사스럽게도 하얀 꽃비를 맞았고, 눈도 호강해 우리 부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