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번째 주 토요일은 시제를 지내는 날인데,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모여 시제를 지내기로 했다. 원래 음력 10월 첫째 주 주말로 했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한식이 있는 봄으로 몇 년 전에 옮겼다. 간밤에 직장에서 퇴근하고 아내와 함께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아침 새소리에 일어나 뒷밭으로 올라가니 복숭아꽃, 배꽃, 사과꽃이 피어 반겨주니 피로가 확 풀린다. 짬을 내서 제초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보은에 살고 계시는 작은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다. 시제를 지내기 위해 오시는 중인데 마을에 거의 다 오신 모양이다. 농어촌취약지역 개선사업인 새뜰사업으로 마을 곳곳이 통제 중이라 일단 큰집으로 가시라 하고 어머님을 모시고 큰집으로 갔다.
마을 입구에는 할아버지의 비석이 마을의 수호신 마냥 마을을 지키고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어머님과 작은 어머님의 말씀은 끝이 없다. 장손인 조카에게서 마을에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화가 왔다. 말이 조카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라 서로 존대하며 커 왔다. 마을 입구로 나오니 공사 차량에 차가 막혀 마을 어귀에 주차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마침 시리미 당숙모님도 총무를 보고 있는 동생들 집에서 나오고 계셨다. 큰집으로 모두 안내하고 시간이 다 되어 납골묘로 이동했다.
이곳 납골묘는 하동정 씨 27대손인 채자 항렬의 6대조이하 28분을 모신 곳으로 2004년도 형제들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조상의 묘를 손을 댄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렇게 차려 놓고 지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만 같다. 내년부터는 과일과 포 그리고 술만 올려놓고 지내기로 했다. 성균관에서도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고, 매번 음식을 마련하지만 남기도하고 모자라기도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고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제사를 지내고 음식물을 모두 마을 회관으로 가져와 거동이 불편해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과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했다. 식사가 끝나고. 보은 동생과 할아버지와 아버님 형제분들 산소를 찾아 포와 술잔을 올리고 제를 올렸다. 요양병원에 모셨다가 복수가 차서 서부병원에 입원해 계신 큰어머님께 어머님과 작은어머님을 모시고 갔는데, 간단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인원 제한으로 사촌과 아내를 떼어내고 셋이서 입원실에서 면회를 했다. 큰어머니를 부르며 들어가니 두 팔을 들어 반겨 주셔서 깜짝 놀랐다. 몇 주 전만 해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동도 못하셔서 요양병원으로 모셨는데 사람을 알아보시니 놀랄 수밖에... 어머님과 작은어머님이 들어오셔서 이산가족이라고 만나신 것처럼 울고 짜고 하신다. 비록 짧은 면회시간이었지만 이후 어머님의 얼굴이 피신 것 같다. 큰어머님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셨었는지 당뇨수치도 높았었는데 이튿날 아침 많이 떨어지셨다.
집에 돌아오니 담장공사에 테라스공사까지 발디딜틈 없이 집이 어수선하다.
이튿날 바리바리 싸주신 먹거리 재료를 가지고 고향집을 나서서 청주 처가로 향한다. 가는 도중 옥산밭이 궁금해서 잠시 들렸는데 2주 전에 심어 놓은 옥수수가 수줍은 듯 싹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장모님과 막내 처제와 함께 점심 요기를 하고 서울로 부지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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